국민 절반 이상이 1997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한국 경제의 최대 ‘고난기’로 꼽았다. IMF 외환위기로 사회 양극화와 고용 불안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기업과 금융 생태계의 건전성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IMF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아 대국민 여론조사를 한 결과, ‘IMF 외환위기가 현재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88.8%)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 선호(86.0%) △국민 간 소득격차 심화(85.6%) △취업난 심화(82.9%) 순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과반(57.4%)이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IMF 외환위기’를 지목했다.
'2010년대 저성장'은 26.6%,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5.2%, '1970년대 석유파동'은 5.1%로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59.7%는 외환위기가 본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자영업자(67.2%)와 대학생(68.9%)이 가장 삶의 큰 피해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환위기로 64.4%가 ‘경제위기에 따른 심리적 위축’을, 57.5%가 ‘국가관에 대한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IMF가 몰고 온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소득·빈부 격차 확대 등 양극화 심화’를 꼽은 응답자가 31.8%로 가장 많았다. ‘대량실직·청년실업 등 실업문제 심화(28.0%)’ ‘계약·용역직 등 비정규직 확대(26.3%)’ 등이 뒤를 이었다. 복수응답까지 포함할 경우 공무원이나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 선호 경향을 낳았다는 비판도 거셌다. 

긍정적 영향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한 대기업·금융기관의 건전성·경쟁력제고(24.5%)’라는 답변이 많았다. 뒤를 이어 ‘아끼고 절약하는 소비문화 확산(23.1%)’ ‘기업경영 및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22.7%)’ 등이 차례로 꼽혔다. 

국민의 59.7%는 IMF 외환위기가 본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 끼쳤다고 답했다. 이들 중 68.9%가 급격히 좁아진 취업시장을 경험한 대학생이었고 자영업자와 농림·축산·수산업 종사자가 뒤를 이었다. 

20년 전 외채 상환을 위해 '금 모으기 운동'에 다수 국민이 동참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다시 위기가 터질 경우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처럼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7.8%로 '그렇다'(29.2%)보다 많았다.


현재 한국에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안정성 강화(31.1%)라는 답변이 높았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 경쟁력 제고(19.2%)라는 답변이 뒤를 잇는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지지와 함께 ‘산업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함께 감지됐다.

임원혁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국민이 외환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금 모으기 운동 등 국민 단합을 구조조정 및 개혁 노력보다 더 높게 평가한 것에 주목한다”며 “포용적 성장을 통해 사회 응집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KDI 글로벌경제연구실, 여론분석팀이 지난 달 23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RDD(전화 임의걸기)를 이용한 전화조사(유선 12.4%, 무선 87.6%)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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