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성장이다. 혁신과 성장을 이끌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우리 경제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나아갈 방향을 담은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전달했다.

학계・컨설팅사・시민단체 등 전문가 50여명의 자문을 담은 제언집은 경제계가 기존의 소원수리형 건의에서 벗어나, 기업 환경에 대해 전문가의 균형 잡힌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대책을 세웠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한 과제들, 방향은 섰지만 이해관계의 벽에 막혀있는 과제들에 대해 이번만큼은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제언집의 취지를 밝혔다.

제언집은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검증하여, ① 경기하방 리스크 ② 산업의 미래 ③ 고용노동부문 선진화 ④ 기업의 사회공공성 강화 등 4개 부문으로 정리하고 있다.

① 중소기업 역량강화 등 근본해법 필요

제언집은 먼저 경기하방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상장사 영업이익이 최대치임에도,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기의 그늘진 부분을 비추었다.

실제로 상의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영업이익은 2분기에 17.1% 늘었고 3분기에는 45.4%로 더 높아졌다. 하지만 10대그룹의 영업이익이 83.7% 늘 때, 10대그룹을 제외한 여타 상장사는 -2.2%로 감소하는 등 실적 편중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이에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역대 정부들이 양극화 해소 대책을 폈지만 ‘중소기업 지원’ 자체에만 국한된 채 역량강화와 기업성장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② "신사업 기회와 자수성가 기업 많이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다수 정책이 늙은 기업의 연명을 돕도록 설계되어 있다”면서 “잠재력이 높은 어린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가도록 정책구조를 바꾸고 재도전 가능한 사회안전망도 갖출 것”을 조언했다.

실제로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자산 1조원 이상 기업가의 자산축적 방식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5.9%만이 자수성가형이고 74.1%가 상속형 기업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78개국 중 최저 수준이며, 전체 평균(69.6%)에도 한참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규제 환경’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세계 100대 사업모델 절반 이상이(57개사) 제대로 꽃피기 힘들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조언했다.

③ "구시대적인 노동시장 보호막 걷어내야"

제언집은 우리 노동시장 지표에 대해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 길며 비정규직 비율은 2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24%로 높은 수준이다.(OECD 평균 17%)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에 의존하는 현 상태 유지에 급급하다”고 지적하고, “기업이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구시대적인 노동시장 보호막을 걷어내는 일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④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제언집은 국민들 중 ‘한국기업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하고, 한국기업의 조직 건강도가 글로벌 기업 중 하위 25%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은 대기업 중심의 포지티브 캠페인을 산업계 전반으로 더욱 확산시키고, 사회도 새로운 법제를 도입해 단기간에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기 보다는 시장 감시와 감독을 통해 순리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시장자율성과 사회공공성을 대립적 관계로 규정하고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자율성과 공공성을 모두 잃고 그에 따른 사회경제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기업도 시장경제질서를 준수하고 공정한 분배를 해왔는지 돌아보면서 기업친화적인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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