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개편으로 시사 프로그램들이 신설하고, 기존 프로그램들도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시청률은 영 신통치 않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의 조사에 따르면,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분기 평균시청률 6.8%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시청률 8.9%보다 2.1%포인트 하락하였다. 또 지상파 방송의 대표적인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KBS의 <시사기획 창> 4.5%, MBC의 <스트레이트> 4.0%, SBS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3.9% 등은 아예 5% 아래의 시청률을 보였다. 지난 1월 18일 첫방송을 하기 시작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에서 2.7% 포인트까지 하락하였다.

사실 요즘처럼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의 다매체 환경에서 과거처럼 지상파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20~30%대 시청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하고, CJ그룹의 예능채널 TvN의 약진이 돋보이는 시대에서 시청률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시청자들은 다소 무거운 시사보도 프로그램보다 가벼운 연예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으로 채널을 돌린지 오래다. 그럼에도 최근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의 원인을 외부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지상파 방송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내부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돌아오지 않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영광

그동안 지상파 방송3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과감한 사회고발성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MBC의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KBS의 <추적60분>,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PD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써왔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프로그램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과감한 고발로, 국민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MBC <PD수첩>의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보도는 한국 언론사의 한 획을 그은 보도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TV 뉴스가 사건위주의 단편적 보도에 집중할 때 15분~60분의 깊이 있는 보도를 해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언제나 두 자릿수 시청률로 응답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MB)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과 함께 이들 프로그램들은 제작진 교체 및 프로그램 축소 등을 경험해야 했다. 방송 제작자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사이에 시청자들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떠나갔다. 2011년 출범한 종편은 시사이슈 보도에다 재미를 덧붙인 ‘시사토크쇼’를 선보이면서 시사보도 프로그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나마 민영방송인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만이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편파적 진행자 전성시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상파 방송들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새로운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MBC의 <스트레이트>이다. 기존 <시사매거진 2580>을 대체한 탐사기획 프로그램으로, 시사IN의 주진우 기자와 영화배우 김의성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프로그램은 강원랜드, 자원외교, 삼성, 세월호, 이명박 전 대통령, 대한항공 등을 주요 소재로 다뤘다. 또 SBS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역시 비슷한 구성과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만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조금 더 국제적인 이슈를 자주 다루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멤버였던 주진우와 김어준이 진행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정통 시사보도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종편방송과 팟캐스팅 방송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충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팩트의 뒷받침 없이, 추정에 의한 확신을 시청자들에게 강요하는 부분들도 종종 눈에 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지난 3월 22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논란을 다루면서 정봉주 전 의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을 하면서 편파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를 진행하는 주진우 기자 역시 아직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 양 주장하는 장면들도 목격된다.

언론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TV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될 수 있다. 해당 방송국의 공채시험을 치룬 기자와 PD, 아나운서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기용은 참신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과거 팟캐스팅 <나꼼수>가 지닌 편파성을 그대로 지상파에서 옮기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의 제1의 덕목은 ‘공정성’이기 때문이다. 비록 케이블TV와 IPTV의 등장으로 채널이 다양해졌다고 그 가치가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

방송 소재의 편향성

방송 소재들 역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 15일까지 지상파 방송3사의 대표적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의 소재들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것은 사회부문 이슈다. 전체 181개의 꼭지 중에서 모두 74개(40.9%)가 사회이슈였다. 여기에는 천안함 보고서, 세월호, 아동학대, 미투 운동, 판사 사찰,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등 다양했다. 그 뒤를 이어 정치이슈가 39꼭지(21.5%), 경제이슈가 38꼭지(21%)였다. 정치와 사회 뉴스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문화체육부 블랙리스트, 국정원 불법 정치공작,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 세월호 등의 이슈다. 특히 편파성은 김어준과 주진우가 사회자인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보도 15건 중에서 8건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3건은 <스트레이트>에서 다뤘다. 또한 세월호 관련 보도는 모두 5차례였는데, <스트레이트>에서 3번,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을 2번을 다뤘다.

경제뉴스 중에는 GM 군산공장 폐쇄, 토지공개념 논란, 비트코인 등의 이슈를 다룬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재벌기업과 그 오너와 관련되어 있었다. 물론 올해 상반기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파문과 삼성증권의 배당착오사태 등 국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굵직 굵직한 사건도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툭하면 재벌 이슈를 되짚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추적 60분>의 경우, 2017년 8월 23일 이후 7개월 만에 프로그램을 재개하면서 첫 꼭지로 ‘삼성공화국- 이건희 차명계좌, 이대로 묻히나’, ‘삼성공화국, 이재용은 어떻게 풀려났다’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삼성에 대해서 집중 보도하였다. 삼성, 부영, 네이버, 롯데, 포스코, 한화 등 대기업과 그 총수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들도 잇따랐다.

뉴스 가치의 판단은 오롯이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와 기자, 방송작가들의 몫이다. 또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사건 중에서 특정 이슈만 집중 부각시키는 것은 국민들에게 편협한 사회 인식을 형성시킬 수 있다. 대기업에 대해 지속적인 부정적 보도들은 단지 해당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TV, 소심한 거인

캐나다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먀샬 매크루한(Marshall McLuhan)은 TV를 가리켜 ‘소심한 거인(Timid Giant)’라고 불렀다. TV는 검열 받지 않는 자유가 있지만, 또한 아무도 TV로 하여금 강제하지 않지만, 스스로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슈를 피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3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매크루한의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떠올랐다. 이들 방송들은 과거에 언급되었던 세월호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블랙리스트, 몇몇 대기업들의 과거 행태 등에 대해서 손쉽게 보도를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편파적인 진행자들에 의해서 도덕적 비난과 국민의 반감을 부추기는 발언도 조금 덧붙여진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사회적 논란은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이들 방송의 시청률은 제자리걸음과 퇴보를 반복하고 있다. 아마 예외가 있다면 <그·알>로 축약되어 불리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정도일 것이다. 지난 1992년 3월 첫방송되어 26년 동안 탐사보도를 해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올해 19차례 방송 중 대기업 오너 이슈는 단 1회에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보도 역시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성폭행 피해 여성, 전직 검찰총장의 성추행 의혹사건, 비상연맹 논란, 신한 염전 장애인 노동착취 등 다양한 이슈들로 채워져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치권력은 지상파 방송에 대한 통제를 하려 했다. 그 후유증으로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제자리 찾기는 죽은 권력 때리기나 대기업 총수 비난에서 시작해서는 안 된다. 또한 편파적인 소재와 시각을 시청자들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 <그·알>이 보여주듯,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진정성 있는 시사 프로그램만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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