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얼어붙으니 투자심리조차 차가워지고 있다. 연초가 되면 쏟아지는 경제전망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저성장을 이야기해왔다. 광고시장도 경제성장률과 비례해서 움직였다. 경제 환경뿐 아니라 미디어 지형의 변화로 광고시장에 대한 예측도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광고시장 전망 보고서에는 평창올림픽, 월드컵 등등의 호재를 이유로 성장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경기전망이 부정적이면 경제성장률 정도의 예측을 하고 특별한 이슈가 예상되면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광고시장을 전망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광고시장 전망 보고서는 3% 정도 반영된 숫자들뿐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률과는 관계없이 전체 광고시장이 성장한다고 해서 모든 미디어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곳이 있고 역대 최고의 매출을 달성한 미디어 회사도 있다. 수요는 콘텐츠에 따라 크게 움직이고 있다. 평균의 오차가 커지면서 총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미디어 시장은 변곡점을 통과했다. 변곡점의 특징은 상승과 하락의 양극화가 매우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고 시장의 완벽한 재편을 의미한다. 제도가 변화를 따라가지 않으면 미디어 기업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 2019년을 매우 특별하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1. 변곡점의 결과는 양극화

 

경제 상황이 좋아도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운 업종도 있고 극심한 불황에도 어닝서프라이즈가 나타나는 업종도 있다. 미디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큰 틀에서 전통미디어는 하향추세에 있었고 디지털 미디어는 성장을 해왔다. 방송은 매년 저점을 기록 중이고 신문은 광고시장으로부터 멀어진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서도 크게 성장하는 전통적인 미디어채널도 있는 반면 뉴미디어라도 불안정하거나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8년이 변곡점의 시작이라면 2019년은 양극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수요가 높은 미디어(채널, 플랫폼, 디바이스 등)는 성장 동력이 더 커질 것이며 그렇지 않은 미디어는 특별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광고시장은 더욱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는다. 선택과 집중은 검증된 콘텐츠와 미디어채널로 수렴되기 때문에 가성비 나쁜 미디어는 선택과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2019년이 미래 10년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메신저 vs 메시지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수요를 자극하는 직접적인 활동이고, PR은 다른 사람이나 미디어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간접적인 활동이며, 광고는 반복적으로 소비 메시지를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는 것으로 구분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이러한 구분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 미디어가 광고를 전달하는 도구의 역할을 넘어 소비자가 메시지 생산을 주도하고 있으며 구매라는 시장 자체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통미디어의 기자들만 의존해 왔던 홍보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PC시대에 포털이 파워 블로거를 양산했다면 지금은 모바일이 유튜버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메신저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메시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유튜브만 보더라도 1분에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새 동영상이 업로드된다. 누구나 모든 종류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환경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온드 미디어(Owned media)를 통해 소비자들을 참여시키고 직접 대화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미디어 기업이 되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미디어를 선택하는 과정보다 어떤 미디어든 가장 생산적인 미디어 전략을 찾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디지털이 대세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끊임없이 눌러대는 스킵(SKIP)을 막아보고자 더 많은 광고를 퍼붓는다고 소비자가 광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오히려 더 적어진다. TV는 광고가 콘텐츠와 결합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제품에 따라서는 지겨울 정도로 반복적인 노출이 효과적일 때도 있고 휘발성 높은 하나의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하루 만에 화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과거보다 못하지만, 여전히 TV의 영향력은 강력하다. 단 한 번 노출로 천만 명 이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유일한 미디어이다. 그러나 평범한 메시지의 효과는 과거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또한, 콘텐츠에 따라 소비 양극화도 더욱 크게 나타난다. 이는 메시지(콘텐츠 또는 크리에이티브)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총량과 평균의 함정

 

미디어 분야는 비교적 데이터처리가 발달되어 있어 성과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총량과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총 이용자 수, 평균 시청률, 평균CPM 등 미디어를 평가하는데 사용하는 지표들은 대개 총량과 평균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해서 도달률을 그만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정 채널의 평균 시청률이 다른 채널보다 높다고 해서 모든 프로그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디어와 콘텐츠에 따라 동일한 1%의 결과는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행히 타깃팅기법의 발달로 인해 소비 가능성이 높은 개인과 집단을 구별해 내는 처리 과정은 정교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5G, 홀로그램 등 기술혁명의 파장이 광고와 미디어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조차 어렵다. 5G로 인해 OTT 시장은 더 큰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며 이미 지하철 역사에 홀로그램 광고가 걸려 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미디어 업무에 장착되면서 광고의 과학화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인간의 행동을 수학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에서 모든 솔루션을 찾는 과정에서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단기적 결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광고는 현재 수요뿐 아니라 미래 수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데이터가 범람하는 시대에 결국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통찰력이다. 스티브 잡스가 다름(different)이 아닌 시장의 총량과 평균에서 답을 찾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스마트폰을 상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4. 케이즈에게 물었다

공공성이 강한 전통 미디어 시장에 불어닥친 신자유주의는 자율, 경쟁, 규제완화라는 시장 논리를 심어 놓았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이용자 중심으로 빠르게 힘이 이동하고 있다. 종편이 등장했고, CJ ENM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넷플릭스가 스튜디오드래곤과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여기에 푹과 옥수수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소견이지만, 푹은 티빙과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유튜브는 전 국민의 놀이터가 되면서 광고시장을 접수해 나가고 있다(물론, 유튜브는 광고 없는 유료 소비자를 더 원한다). 신자유주의는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초래한다. 미디어 경제학 관점에서 미디어 광고매출도 빠르게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방송, 신문, 소셜미디어, OTT, 옥외 등 예외가 없다. 적자 폭이 큰 미디어 기업은 최저 광고 시급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할 지경이다. 광고대행사도 마찬가지다. 상위 10개 대행사의 매출은 전체 광고회사의 80%에 달한다.

거시경제학의 대가인 케인즈가 살아 있다면 한국의 광고와 미디어 시장에 대해 어떤 조언을 했을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시장의 기능에만 맡기지 말고 모든 광고회사와 미디어가 공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더불어 사는 미디어 생태계를 주장했을까? 아니면, “제발 정부는 시장에서 빠져주세요”라고 외쳤을까?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지만 지나친 경쟁은 승자독식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매스미디어 중심으로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 중심으로 수요하락이 커지고 있다. 광고주 수의 감소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콘텐츠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이유도 유효수요의 감소 때문이다. 성수기와 비수기도 사라졌고 광고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다. 한 달 프레임에서 한주, 심지어 하루 단위로 잘게 잘게 쪼개지고 있다. 미디어 생태계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데 정작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제도는 수십 년 동안 바뀐 것이 거의 없다.

#5. 공포가 지배하는 지금이 광고가 필요하다

수요를 기다릴 것인가? 수요를 이끌어 낼 것인가? 소비는 심리다. 광고는 소비심리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많은 연구에서 소비는 의식이 아닌 잠재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결국 현재의 낮은 소비심리는 더 많은 광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광고를 비용의 관점에서 보면 저성장시대에 줄여야 할 첫 번째 항목이다. 그러나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는 수많은 불황기와 호황기의 경제 상황에서 연구된 결과이기도 하다. 투자심리가 없으면 소비심리도 없다. 많은 마케터들은 언론과 보고서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투명한 경기전망에 관망하거나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러나 주식이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최대수익을 낸 기업의 공통점은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투자를 해왔다는 것이다. 단기 성과도 중요하지만 좀 더 길게 시장과 호흡해야 하는 2019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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