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이 10개월 만에 경기 완화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우리 경제의 반등 조짐을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은 9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월호에서 "일부 지표가 경기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경기 현황을 '부진'으로 평가해 왔으나 이번에 ‘낮은 성장세’로 수위를 낮춘 셈이다.
KDI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광공업생산은 0.3% 감소했으나 서비스업생산이 2.5% 증가하면서 전 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1.2%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11.2%), 전자부품(-15.6%)에서 감소했으나 반도체(30.9%)의 증가로 감소 폭이 -2.1%에서 -0.3%로 줄어들었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나타내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73.3%)보다 낮은 71.8%를 기록했다. 제조업 출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축소됐으며 재고율은 116.3%로 전월(115.6%)보다 높았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9.4)과 유사한 99.3 수준에 머물며 경기 회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8.8)보다 0.4포인트 상승한 99.2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내구재와 비내구재가 각각 승용차(7.6%), 화장품(25.3%)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준내구재도 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소비재수입은 14.0% 증가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기준치를 상회하는 100.4를 기록하면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
반면, 투자와 제조업의 부진은 지속됐다. 11월 설비투자는 항공기 투자 등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보합에 그쳤다. 기계류는 전년 동월(-12.5%)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감소 폭이 -3.8%에서 -0.9%로 축소됐다.
지난해 1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3만1000명 증가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고용률(15세 이상)은 1년 전보다 0.3%p 오른 61.7%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3.1%로 1년 전보다 0.1%p 내려갔다. 10월 상용근로자의 전체 임금은 4.5%, 임시·일용근로자는 6.1% 올랐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금도 우리 경제는 부진하지만, 소비지표가 나아지고 설비투자, 수출 등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보다는 경기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부진'이라는 단어를 빼면서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바닥론'에 대해서는 "이란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난해 4분기쯤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