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여준 첨단 기술과 혁신이 지속되려면 글로벌스탠다드에 걸맞은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동아일보의 사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CES 2020에는 총 390개 한국 기업이 참여해 반도체 부품부터 AI, 개인형 비행체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동아일보는 지난 11일 사설을 통해 "CES에서 나온 혁신 제품 대부분은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최근 늦게나마 데이터 개혁 3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타다 금지법도 일단 보류됐지만,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혁파가 최우선 경제정책이 되지 못한다면 한국은 기술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다"며 우리 경제의 현황을 진단했다.

다음은 동아일보의 사설 전문이다.
 

CES에 몰린 한국인 1만명, 혁신에 목마른 대한민국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은 혁신의 일대 경연장이었다. 160여국 4500개 첨단 기업이 참가한 행사장은 기술의 대격변기에 우위를 점하려는 국가 간, 기업 간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애플·아마존·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자율차·사물인터넷·로봇 등에서 첨단 기술을 선보였고, 중국과 일본 기업들도 드론이며 무인전기차 등을 내놓으며 혁신 경쟁에 가세했다.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도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5G 기반의 첨단 운전석, 현대차는 우버와 협업한 개인용 비행체를 선보여 화제를 불렀다. 반도체 부품에서 뷰티·패션까지 총 390개 한국 기업이 참여해 혁신의 경연을 벌였다.

산업 격변 시대에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이를 융합해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고 올해 CES 행사장을 찾은 한국인이 1만명에 달한다. 작년보다 2000명이나 늘었다. 가히 '21세기판 신사유람단'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혁신에 목말라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낡은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경쟁국 기업들은 훨훨 날고 있음을 행사장을 찾은 기업인과 재계 관계자들이 생생히 목격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CES에 나온 혁신 제품 대부분은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아예 시작도 못 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다행히 기업들 숙원이던 '데이터 3법'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 무려 14개월 만이다. 늦긴 했으나 법 통과로 데이터 거래의 물꼬가 트이고 '가명 정보'를 활용한 신사업과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되는 등 혁신의 첫발은 간신히 뗐다. 논란이 되던 '타다 금지법'도 일단 법안 상정이 보류됐다. CES에서 쏟아진 세계의 혁신 기술 및 제품 상용화와 비교해 보면 첩첩산중 규제에 둘러싸인 한국은 갈 길이 멀다. 혁신 성장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 혁파에 새해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모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기술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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