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황근 교수(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매체 신뢰도 하락 현상의 주요 원인이 전통 미디어들이 고품질 콘텐츠로 새로운 미디어와 경쟁하는 '차별화 전략' 대신 상업화/오락화 같은 '동질화 전략'으로 콘텐츠 품질과 신뢰도 추락하고 이용자의 외면으로 이어졌다고 분석.

o 이에 최근 들어 언론사들이 주관하는 매체이용과 영향력 그리고 신뢰도 관련 조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개별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 평가는 조사마다 차이가 나고 있음.

o 이와 관련해 황 교수는 언론사 주관 매체 이용 및 영향력, 신뢰도 조사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로 '개방 형 자유 응답'으로 구성된 설문문항의 오류를 꼽았음. 일례로, 유튜브나 네이버처럼 언론사로 보기 어려운 플랫폼 사업자들이 조사결과에 혼재되어 있다는 점은 설문 구성에 있어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함.

 

▲ 황근 선문대 교수

21세기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산과 평등’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너무도 당연시 받아들여져왔던 ‘권위적 위계질서와 지배권력’에 대한 불신과 저항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언론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산업자본주의 성장과 민주정치 보편화, 대중문화의 성장으로 권력과 자본의 중심에 위치해 있던 매스미디어의 추락은 우려 수준을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종이신문의 몰락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텔레비전 역시 1인 미디어·OTT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통미디어들의 추락 원인들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미디어 이용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미디어 대체가설’, 새로운 미디어서비스로 인해 매체이용량과 패턴이 변했다는 ‘시간 재할당 가설’, 공정성과 신뢰성이 약화되면서 수용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게 되었다는 ‘공정성 하락가설’, 경쟁매체들과 차별화된 고급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저가치 제공가설’ 등이 그것이다. 분명한 것은 고품질 콘텐츠로 새로운 미디어들과 경쟁하는 차별화전략보다는 상업화·오락화 같은 동질화전략에 치중해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품질과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존 언론의 신뢰도 하락현상은 각종 조사 결과들이 보여주고 있다. 조사대상이나 방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언론 신뢰도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의식조사’ 결과들을 보면 2015년 이후 5점 만점에 3.36~3.62 사이로 ‘대체로 신뢰한다’와 ‘보통이다’의 중간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편 2019년 ‘KBS미디어신뢰도조사’ 결과에서도 32.7%만이 ‘믿음이 간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언론매체 신뢰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019년 영국 로이터 연구소(Reuter Institute)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의 언론신뢰도가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매체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다. TV를 비롯한 방송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신문은 이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인터넷 언론들의 신뢰도는 이보다 더 낮고 매년 더 낮아지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의 숙주라고 비판받고 있는 SNS에 대한 불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들쑥날쑥한 신뢰도조사결과

이 같은 위기의식 때문인지 최근 들어 언론사들이 주관하는 매체이용과 영향력 그리고 신뢰도 관련 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조사결과들이 전체 언론 신뢰도 수준은 비슷하지만 개별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 평가는 조사마다 차이가 있다. 2019년에 실시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KBS’ 조사결과는 KBS, jtbc, MBC, 네이버가 상위권을 차지해 거의 같다. 하지만 ‘시사인’과 ‘미디어 오늘’의 조사결과는 jtbc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같지만 KBS가 특이하게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시사인’ 조사에서는 MBC가 상위권에서 빠진 대신 유튜브와 조선일보가 상위권에 포함되었고, ‘미디어오늘’ 조사는 TV조선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주요언론신뢰도 조사결과 비교

이처럼 조사결과가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시사인’ 조사결과로 ‘유튜브’가 12.4%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난 반면 다른 조사에서 14%~26%대였던 KBS 신뢰도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그 이유는 조사 설문방식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상파방송과 종합·보도채널만으로 한정지어 응답하게 한 ‘미디어오늘’을 제외한 나머지 조사들은 모두 ‘가장 믿을 수 있는 매체’를 ‘개방형 자유응답’ 형태로 답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응답자들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유튜브를 언론매체로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점이 결과의 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설문구성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론조사에서 질문에 포함된 선택 대상들은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상호 배타적(exclusive)이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유튜브는 특정된 언론사가 아니라 다수의 채널들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사업자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유튜브 안에는 수많은 채널들이 인터넷방송 혹은 인터넷언론이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는 수십만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파워 유튜브 매체들도 있다. 또한 전문적인 채널들과 반사회적인 콘텐츠나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것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유튜브를 다른 언론사들과 동일선상에서 선택하게 하는 것은 큰 오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시사인’ 조사결과에 나타난 12.4%라는 통계치는 특정 언론매체에 대한 신뢰도라고 할 수 없고 표본의 특성에서 나온 우연적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자체적으로 뉴스를 생산하지 않고 다른 언론사들의 뉴스를 재배열하여 제공하는 네이버를 사람들이 언론사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 같은 포털사업자 역시 사람에 따라 언론매체인가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이 문제는 포털규제와 관련해 법·제도적 쟁점이 되고 있다). 뉴스 편성이 가능한 지상파방송과 종편·보도채널들만 대상으로 한 ‘미디어오늘’ 조사결과가 다른 매체들과 차이나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결국 조사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언론매체’ 범주에 대한 사회적·법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상태라면 조사기관이 유튜브나 네이버 같은 유사언론매체들을 포함 혹은 제외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개방형이 아닌 폐쇄형 질문을 사용하는 것이 조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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