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국내 경기의 내수 침체와 대중 수출 부진이 우려되는 가운데 경제 기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칼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문화일보 칼럼을 통해 "내수와 수출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재정 도움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거미줄 규제, 높은 법인세율, 반기업정서,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 이라는 사면초가 상황에서 누가 기업을 하겠는가"라며 국내 실정을 지적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무엇보다도 이번 위기를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를 과감히 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의 칼럼 전문이다.

우한폐렴, 경제 기조 전환할 계기다

경기 부진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습했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그 파장으로, 현대자동차는 중국 부품 공급이 끊겨 일부 차종의 생산 라인 가동을 중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단한다고 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마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가전·액정표시장치(LCD) 등 대다수 물량의 조립·생산을 책임지는 제조 대국이기에 이번 사태로 전 세계 공급망이 충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기에 중국이 침체되면 우리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 부진에다 내수까지 얼어붙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헤어나기 힘든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이른바 ‘퍼펙트 스톰’이다.

우한 폐렴의 충격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방역이 뚫려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3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제한적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3일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과 중국 주변국들의 입국 제한 조치에 등 떠밀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후베이성에 국한된’ 제한적 입국 금지는 실효적이지 않다. 중국 내 확진 환자의 40%가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엉뚱한 데서 복병을 만났다. 위급한 상황에서 마스크 생산이 차질을 빚은 것이다. 원인은 ‘주 52시간 근무제’다.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에 특별연장근무를 허용하자 민노총과 한노총 두 노총이 들고일어났다. 노조는 이미 무소불위의 경제 권력을 휘두르는 괴물이 됐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풀어야 한다. 미국은 초과 근무에 대해 기업과 근로자가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게 했고, EU도 ‘근로자가 원하면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미사여구로 근로시간을 법률로 강제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정부는 그동안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을 펴면서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의 막무가내 적용 등으로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 부작용이 임계점에 달했을 때 공교롭게도 우한 폐렴이 급습한 것이다. 내수와 수출의 총체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과거와 같이 우한 폐렴 피해를 본 업체를 실사(實査)하고 피해를 구제해 준다면 이는 미봉책으로, 재정만 축내게 된다. 재정은 화수분(재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보물단지)이 아니다.

재정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는 줄어드는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는 늘어나는 것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증거다. ‘거미줄 규제, 높은 법인세율, 반기업 정서,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면초가 상황에서 누가 기업을 하려 하겠는가.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비정규직 제로, 일률적 주 52시간제 같은 여건에서 어떻게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시장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번 위기를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基調)를 과감하게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