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황근 교수(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최근 발표된 매체 신뢰도 조사들을 살펴보면 ‘신뢰도’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조작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

o 전화나 ARS 조사방식의 경우 즉각적 응답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평가의 엄밀성과 정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으며, 응답 구성방식도 '단순 빈도'로 측정됨에 따라 한계가 발생함.

o 황 교수는 응답 편향성 문제도 함께 제기했는데, 특히 온라인/모바일 조사의 경우 고연령, 저소득층, 낮은 교육수준 표본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고, 응답자의 정치적 편향성까지 반영될 수 있어 '적대적 매체 지각' 현상으로 조사주체에 따라 응답 회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함.


매체 신뢰도와 뉴스 신뢰도의 차이

▲ 황근 선문대 교수

사회 전반적인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다양한 신뢰도 조사들이 범람하고 있다. 미디어 신뢰도 조사는 한 사회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그 바탕에는 미디어 신뢰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조사들을 살펴보면 ‘신뢰도’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심리학에서 ‘신뢰(trust)’란 ‘정보가 불충분한 조건에서 그 대상이 미래에 어떤 기대를 충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로 정의된다. 즉, 신뢰도는 평가대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평가대상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 혹은 희망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물론 양자는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과거행위 혹은 결과물에 대한 평가(retrospective evaluation)가 평가대상의 미래행위에 대한 기대 혹은 평가(prospective evaluation)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언론보도에 대한 불신이 언론사 신뢰도 하락의 주된 원인일 수는 있다. 하지만 두 평가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 평가는 여러 하위평가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언론학에서 정보원의 신뢰도(source credibility)는 ‘공정성(fairness)’ ‘비편향성(unbiasedness)’ ‘완성도(telling the whole story)’ ‘정확성(exactness)’ ‘믿음(trustworthy)’ 같은 여러 하위 평가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측정해 평가한다. 하지만 3~5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전화/ARS 조사에서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를 응답하게 하는 포괄적 질문형태만 가능하다. 한마디로 복합적이고 신중한 판단에 기초한 응답이 아닌 즉각적 응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러 가외변수들이 응답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많은 응답자들이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와 ‘언론보도(뉴스)에 대한 신뢰’를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조사들이 이 같은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단순 응답 빈도로 신뢰하는 매체를 측정하는 방식도 평가의 엄밀성과 정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응답 편향성 문제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표본(sample)의 객관성과 체계성에 있다. 설사 완벽한 설문이 구성되었다하더라도 모집단을 정확히 대표할 수 있는 표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전화ARS방식이나 온라인 조사방법은 체계적 표집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연령/성별 같은 인구학적 요인들에 근거해 할당표집(quota sampling)방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전화/ARS 방식은 응답률이 매우 낮아(대체로 10% 수준) 사실상 적극적 성향을 지닌 응답자들이 과표집될 수 있다. 온라인/모바일 조사는 응답자들이 젊고 진보성향이 강해 편향성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매년 전 세계의 매체현황을 조사·발표하고 있는 영국 ‘로이터 연구소(Reuter Institute)’ 보고서에서도 온라인 표집은 고연령, 저소득층, 낮은 교육수준의 표본이 적게 반영될 수 있음을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온라인/모바일 조사에서 응답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반영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의 정치적 이념갈등은 세대간 갈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최근 이념갈등이 심화되면서 매체 역시 보수/진보 성향으로 양극화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온라인/모바일 이용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 계층의 진보성향이 매체 신뢰도 조사결과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주요언론신뢰도 조사결과 비교

앞서 (Ⅰ)편에 제시된 조사결과들을 보면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조사를 진행한 경우 진보성향 혹은 정부 친화적 매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보수 성향 매체라고 인식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나 메이저 신문사들은 전반적으로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수용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강할수록 반대 성향의 정보를 편향되거나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적대적 매체지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적대적 매체지각’ 현상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매체에 대한 우호적 평가보다 일치하지 않은 매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더 강하게 일어난다. 이 때문에 매체 전반에 대한 불신정도가 더 커질 수 있다. 정치적 경향성을 지닌 언론사가 아닌 ‘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 신뢰받는 매체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응답자 편향성은 조사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더 심화될 수 있다. 사람들은 조사주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응답하는 ‘demanding characteristics’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조사주체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을 경우에는 응답자체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즉, 조사 주체의 정치적 경향성이 응답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응답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발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정치적 경향성이 강한 언론사들이 주관하는 매체신뢰도조사에서 이러한 효과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충분이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신뢰도 조사

미디어 신뢰도는 한 사회에서 유통되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건전한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송신자와 수신자 구분이 어렵고 정보원을 파악하기 힘든 네트워크 공간에서 가짜뉴스 같은 왜곡된 정보들이 창궐하는 것은 사회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험 징후라 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허나 지금처럼 개별 언론사 혹은 조사기관들에 의해 부정확한 조사결과들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공신력 있는 기구에 의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디지털 융합으로 급팽창하고 있는 매체지평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매체신뢰도 조사가 이루어져야 매체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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